나는 색깔이 분명한 여자이다. 방방 뛰며 에너지가 넘치는, 빛깔로 말하자면 강렬한 원색이나 형광색 쪽이다. 그것은 타고난 성향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생을 대하는 태도나 인생에서 무엇을 중시하며 어떻게 살려고 하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된 생각의 차이로 보여진다. 한마디로 나는 생의 오르가슴을 맛보고 싶다. 지금 이순간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그 생의 본질에 깊숙히 접근하며, 그것을 껴안고 뒹굴고 그리고 남김없이 연소시키고 싶다. 정말로 좋아했던 옛연인 하나를 가슴에 품고 그를 언제 어디서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자세를 허물어뜨리지 않는다거나, 여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정신적 긴장을 풀지 않는 것 - ‘늘 깨어 있을 것’ - 이것이 ‘속됨’과 ‘권태’라는 광포한 인생의 회색빛 속에서 나의 색깔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이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