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누구나 다 알지만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의 원전(原典)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프랑스 여성작가 보몽 부인이 1756년에 발표한 동화라는 것을 아는 독자는 거의 없다. ‘누구나 다 알지만 알지 못하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동화 <미녀와 야수>는 20세기 할리우드나 브로드웨이에서 출생한 ‘MADE IN USA' 제품이 되어 버렸고, 그 탄생의 기원은 잊혀져버렸다.
본래 세상에 떠돌던 '미녀와 야수'류(類)의 민담들은 무척이나 많았다고 한다. 아르네-톰슨(Aarne-Thompson)의 연구에 의하면 이와 같은 계열의 민담(民譚)은 전세계의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널리 분포되어 존재했는데, 모두 179개나 된다고 한다. 한 마디로 「미녀와 야수」의 테마는 어느 한 개인의 창작물이기 이전에 우리 인간의 집단무의식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보편적 이야기 테마를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집대성한 것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작가 스트라파롤라였다. 그리고 이것은 ‘프랑스 어린이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샤를 페로(Charles Perrault 1628~1703)에 의해 자신의 동화집인「엄마거위의 이야기(1697) 속에 최초로 정착된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미녀와 야수」이야기는 1756년 프랑스의 잔-마리 르프랭스 드 보몽(Jeanne-Mari
e Leprince de Beaumont, 1711~1780), 흔히 보몽 부인(Madame de Beaumont)으로 알려진 여성작가에 의해서 완성된다. 바로 이 작품이 이후 2백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극, 뮤지컬, 영화 등등 장르의 벽을 넘나들면서 숱하게 각색되고 치장되는 바로 그 원전(原典)이 된 것이다.

2. 시공을 초월하는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

원작 동화 <미녀와 야수>는 영화와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새로운 이야기나 인물들이 추가되거나 변형되기도 하였지만, 모든 이에게 언제나 변함없이 전해지는 교훈과 감동은 바로 진실된 마음이 전해주는 사랑의 아름다움이다. 원작의 향기로 만나는 진정한 사랑의 아름다움은 거짓된 욕망으로 가득한 현대인(성인)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해줄 것이다.
<미녀와 야수>는 환상과 마법으로 이루어진 동화이지만 보몽 부인은 독자들(어린이나 성인할 것 없이)에게 언제나 변함이 없는 '내면의 가치'를 일깨워주고자 한 것이다.
실제 <미녀와 야수>의 두 주인공인 미녀 벨(Belle)과 야수는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의 가치를 대변하는 존재들이다. 벨(Belle)은 눈에 보이는 것을 뛰어넘을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임을 알려주고, 야수는 추함 속에도 얼마든지 내면의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특히 외적인 추함과 내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구현하는 야수의 존재는 미(美)/추(醜)의 이원론을 극복하는 하나의 원형(archetype)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