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화두는 사랑이다. 표면적으로 그것은 죽은 아내에 대한 회한이고, 그리움이며, 그 어떤 몸부림으로도 다시는 불러올 수 없는 완성되지 않은 사랑이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주적 교감의 상태에서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소중함이라는 커다란 깨달음으로 나아간다. 누구나 사랑을 하며 완성되지 않은 사랑 앞에서 절망하지만, 김홍신의 이 애절한 연시는, 보기 드물게 솔직한 언어로 씌어져 있다. 벌거벗은 한 인간의 내면이 어떤 가식도 없이 거울 속처럼 투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집은 아내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암투병을 하는 과정 중에 쓴 <우리 할 일><사랑은 무죄><가을엔 떠나지 말아요><생명의 노래>등과, 아내의 임종을 겪으며 쓴<작은 기도 하나><생명의 노래><꿈결>같은 시, 그리고 아내 사후에 혼자 남아서 쓴<지금 거신 전화는><살아남은 자의 고독>등으로 이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