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비극을 도려내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시의 손길 강문숙 시인은 몇 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지금가지 병마와 싸우는 고통 속에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삶의 외진 모서리까지 끌어안을 만큼 부드럽고 따스하다. 한 개인의 몸을 갉아먹는 병원균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병리현상까지 차분히 관조하는 시인의 시선은 섬세하고 예리한 메스가 되어 쉽게 넘어설 수 없는 삶의 비극을 도려낸다. 늘 같은 일상 속에 지쳐 있거나 힘겨워하는 독자들에게 그녀의 시는 새롭게 변주된 삶의 비극을 도려낸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다독이는 건강한 시어의 속삭임 시인은 지금 누구보다도 강인한 의지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곤혹스러운 투병 생활 중에 있다. "어떡하지?"라는 망설임과 회의로 시작되는 시 <병과 놀다> 는 일상화된 그 삶의 그늘들을 담담하게, 그러나 다분히 희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같은 또래의 여성들이 겪고 있는 세속적인 재미마저 느껴볼 겨를도 없이 "약병이나 달그락거리며." 살아야 하는 현실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처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웬일인지"라는 말이 어느 정도는 암시하듯이, 이 시인이라고 해서 왜 어떤 양식으로든 투명 이전의 '중년의 서러움'을 잊으면서까지 더 재미있는 일상적인 삶인들 꿈꾸고 싶지 않겠는가. 줄글로 된 이 시의 둘째 연은 그런 상황을 처연하게 떠올린다. 저자 - 강문숙- 1955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으며 199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었으며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시집에「잠그는 것들의 방향은?」이 있고 '시·열림' 동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