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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와 계단
김춘수
B6, 양장본 | 110쪽
ISBN 89-7075-144-0 03810
1999년 2월 5일 발행
값 7,000원
개

끊임없는 시적 실험과 자아의 부정을 통해 한국시에 ‘무의미시(無意味詩)’라는 지평을 연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 김춘수의 새 시집『의자의 계단』
첫시집『구름과 장미』이후 실존주의에 심취한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되는「꽃」(52년)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자신의 시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김춘수 시인은 60년대 중반부터 관념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언어파괴라는 극한의 작업까지 자신을 몰아가며 언어 실험을 통해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를 넘나들며 90년대까지 ‘젊은 정신’이 담긴 시를 발표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살펴볼 때 이번에 출간된 신작시집『의자와 계단』은 김춘수 시세계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의자와 계단』은 ‘마음가는 대로, 느끼는 대로’ 사물의 모습을 노래한 ‘만유사생첩(萬有寫生帖)’이라는 제하(題下)에 발표된 50여 편의 시들을 묶은 것으로 김춘수가 평생을 통해 갈고 닦은 시의 연금술의 결정체라 할 만큼 다양하고 정제된 시편들로 가득 담겨져 있다.
시집에는 시를 위한 산문이 두 편 실려 있다.「시인이 된다는 것」을 통하여 등단 무렵의 상황과 작품세계가 확립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으며,「자유, 꿈」에서는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침으로써 자신에 대해 심리학적인 탐구정신을 늦추지 않는 시인으로서의 결연한 정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78세의 노시인은 여전히 평안한 ‘의자’에 앉아 있지 않는다. 끝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언어의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를 뿐이다, 평생을 그랬듯이. 이미 높은 계단에 올라선 김춘수가 우리에게 펼쳐 보인 새시집『의자와 계단』은, 독자들에게는 살아간다는 것의 존재론적 의미에 접근할 수 있는 사닥다리로서, 후배 예술가들에겐 원로시인의 치열한 예술혼을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신작시는 연작시「의자를 위한 바리에떼」11편,「계단을 위한 바리에떼」8편을 포함한 총 66편이다.


의자를 위한 바리에떼
누가 나를 부른다.
돌아보면 너무나 아득하다.
내 키만한 수렁이 있고
그 언저리는 언제나 봄이다
게가 한 마리 거품을 물고 있고
키 큰 오동나무가 아물아물 꼭대기에 하늘빛 꽃을 달고 있다.
낮달이 나를 자꾸 따라온다.
나를 누가 기다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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