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푸른발부비새』는 10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1993년
<한국시> 작품상으로 등단한 그는 『노을은 그리움으로
핀다』, 『소리에 젖다』, 『기차는 올까』를 펴내며 꾸준히
자신만의 시세계를 쌓아왔다. 제5회 〈대구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오랜 시간 묵혀온 언어를 이번 시집에서 다시 꺼내 놓았다.
『푸른발부비새』는
세월을 통과하며 더욱 단단해진 시인의 목소리를 담은 시집이다. 삶과 사람, 그리고 남겨진 것들에 대한 조용한 기록이 한 권의 책으로 모였다.
범람한 저 독백의 속살에 내 귀가 들어가
─신상조(문학평론가)
1 머뭇거리거나 띄엄띄엄 말하거나
시집 같은 일기를 읽는다. 글쓴이는 강변에 자리한 집으로부터 걸어서 약 십 분쯤 거리에 있는
마을의 우체국을 다녀오는 길이다. 날씨가 흐리더니 그가 우체국 문을 나서는데 몇몇 눈송이들이 허공을 가른다. “눈송이들은 우체국 앞의 담뱃집 유리창으로
하나, 그리고 그 옆 잡화점 지붕으로 하나, 잡화점 옆의 감나무 가지 위로 서너 개, 이런 식이다.”라고 일기에는 적혀 있다. 이어지는 글은 다음과
같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과 달리 “비가 올 때는 그것이 달려오는 소리부터 날카로워 지상의 존재들은 긴장한다. (…) 눈은 소리를 하늘의 심처深處에
묻으며 오고, 몸을 새처럼 가볍게 지상에 내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