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궁극으로 귀환하는 사랑의 역설
삶에 대한 긍정을 소망하는 심미적 감각과 사유
노두식의 시는 합리적 이성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미학적 광채를 표현하는 언어적 양식으로 훤칠하게 다가온다. 그의 낮은 목소리는 서정시가 구현할 수 있는 이러한 특성의 결정적 발화이자 기억의 현상학을 구성하는 독자적 음성이기도 하다. 시인은 자신만의 미학을 설계하고 수행해 가는 장인匠人으로 다가오면서, 자기 발견의 의지와 타자 사랑의 마음을 동시에 보여 준다. 자신에 대한 성찰과 타자들에 대한 연민의 성격을 동시에 띠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개재하는 친화적 정서나 행위를 표상하고 있다. 그렇게 노두식 시인은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수습하면서 위무와 사랑의 정서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예술적 온기를 띠고 있다 할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이번 시선집에서 자신의 시를 감싸고 있는 뭇 사물들에게 귀를 세우고 그네들이 요청하는 근원적 차원을 사유해 간다. 사물들의 움직임에 조응하면서 그 문양文樣을 어루만지는 넓고 깊은 품을 각별하게 보여 준다. 사물들의 근원적 소리를 탐침探針함으로써 그 안에서 잊혀지거나 흘려보냈던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인은 그 목소리를 때로는 울음으로 들려주면서 독자적인 파생적 기억을 만들어 간다. 의식과 무의식 속에 두루 각인된 시간 경험을 새롭게 만들어 가면서 시간의 가파른 흐름을 실존적 형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한자有限者의 겸허함을 잊지 않고 삶에 대한 확연한 역상逆像으로서의 매혹을 빠뜨리지 않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시에 나타나는 겸허와 매혹이 절망이나 달관으로 빠져들지 않고 세계내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지는 고유한 긴장과 성찰을 따뜻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소박한 자기 긍정으로 맥없이 귀결되거나 시간 자체에 대한 한없는 외경으로 나아가지 않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마모되어 가는 삶에 대한 궁극적 긍정을 소망하는 심미적 감각과 사유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