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멸과 열망이 교차하는 양면모순의 시세계
한국 문단에서, 소설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는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소설가로 활동한 김도언은 계간 <시인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한 후, 첫 시집 『권태주의자』를 내놓으면서 시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첫 시집에서 김도언은 자신이 ‘권태주의자’라고 주장했지만, 소설과 시를 계속 내놓는 것을 보면 권태주의자라기보다 “허무를 정확히 기록하려는 서기”에 가깝다. 김도언의 언어는 낯설고 기이하면서도 강렬한 메타포를 품고 있다. 전 지구적 삶의 단면을 통해 인간의 삶을 적확하게 드러내고 있는 문장으로 소설과 시의 경계를 벗어난 김도언만의 개성적인 장르를 만들고 있다.
김도언이 만들고 있는 장르적 개성은 비주류적인 삶의 스타일과 루틴과 연동되면서 고유한 메시지를 창출하고 있는데, 그것은 현대인의 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도착적 욕망, 그리고 위선과 위악 같은 정신적 모험에 대한 집요한 탐구 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알콜중독자의 내면세계를 다룬 시 「빨강코에 대한 소박한 보고서」에서 김도언은 소수적 가치를 지향하는 존재들의 애틋한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