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전문지 《시인세계》 공모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한 여성시인 김시언의 첫시집 『도끼발』은 억압적인 현실 속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을 놓치지 않았던 80년대 민중시와 닮아 있다. 그러나 2010년대 현실은 탄압의 주체가 선명했던 80년대보다 훨씬 더 교묘하고 은폐된 방식으로 차별과 억압이 행해진다. 억압하는 주체는 표면상 드러나지 않는다. 군사 정권이나 독재, 외세 같은 80년대식 ‘공공의 적’은 없다. 모두는 모두에게서 억압당하고 차별당한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사회의 논리다. 여기서 사회를 통제하는 최종 권력은 자본으로서, 자본의 흐름에 따라 인간과 인간,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사이의 유대가 결정되고 수시로 변화된다. 개인은 증식하는 자본의 시스템 속에서 기능하는 부품이 되어 언제든지 다른 것으로 대체 가능한 존재로 전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