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시가 된 장소란 항상 장소 이상이다. 이 장소들은 현실로서는 범박하고, 상상으로서는 비범해진다. 김소월의 ‘왕십리’, 백석의 ‘통영’, 서정주의 ‘질마재’, 오장환의 ‘서울’, 고은의 ‘문의’, 김사인의 ‘전주’와 같이 시가 된 장소들이 그런 사정을 잘 증거한다.
이번 《시인세계》 여름호의 기획특집은 <시가 된 ‘그곳’>으로, 문인수, 황학주, 나희덕, 장철문, 곽효환, 유홍준, 이영광 등 활발하게 시작활동을 하고 있는 12명의 중견시인들이 자신에게 특별히 다가와 시가 된 ‘그곳’을 펼쳐 보인다. 장소가 어떤 맥락에서 시인의 상상력과 만나 특화되어 시가 되는 것인지, 시가 된 ‘그곳’으로 조심스레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