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는 나에게 있어 / 어머니이고 누님이고 처이기도 하지만,
또한 아무것도 아니고 / 밭에 서 있는, 그렇고 그런 나무이기도 하다
포도나무는 또 내 계집의 몸이고 / 내 뒤통수이다
이제 노란 화관이 터져 / 아이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시 <포도의 아이> 중에서
*해설
포도나무는 시인에게 ‘어머니이고 누님이고 처’이며 또 ‘내 계집의 몸이고 / 내 뒤통수’다. 포도나무는 시인의 여자이며, 그래서 시인은 자신만만하게 ‘그 여자의 몸 속에서 자라고 있는 / 아이가 내 아이라는 걸 / 나는 알고 있다’고 말한다. 시인의 땅에 대한 사랑은 각별한데, 그것은 시인의 여자(포도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흙은 농업노동의 소중한 터전일 뿐만 아니라 자연 안에 깃든 온갖 생명들을 먹이고 키우는 생명의 원초적 자리이다. 젊은 시인 류기봉은 누구보다도 먼저 그것을 알고 있는 심오한 생태론자이다.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약력
1965년 경기도 가평 출생.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현재 남양주시 장현리에서 포도과수원 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