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바위틈에서 솟은 바람에 손을 베었다
울컥 슬픔이 솟아
보이는 대로 푸른 잎 훑어 칭칭 감지만 지혈이 안되고
새소리에까지 피가 번졌다
-詩 <족한 은혜라> 중에서
*해설
한정옥은 나무를 시적 사유의 중심에 두고 있는 시인이다. 나무는 시인이 즐겨 벗삼는 대상이다. 왜냐하면 나무는 시인의 상상세계에서 피안, 해탈, 초월, 무위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 나무들에 비해 ‘나’는 언제나 번민과 이루지 못할 욕망으로 들끓는 존재다. 사람들의 삶은 ‘아득히 정신없던 날들 뜨거워 괴로웠던 발자국소리’의 삶이다. 시인은 그 육체의 삶의 ‘군내나는 기억을 내다 쏟고’ 산으로 오른다. 산으로 오른다는 것은 식물성 지향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 즉 깊이의 생태학, 마음의 삶으로의 끝없는 귀의를 뜻한다. -장석주(시인, 문학평론가)
*시인의 약력
1953년 서울 출생.
1988년 <문학정신> 신인상에 시 『雨水』외 4편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시집 : 『섬으로 가는 길』『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