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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문차숙의 이번 시편들에는 첫 시집 『사랑은 저지르는 자의 몫이다』, 두 번째 시집 『앞지르기』에 비해 인생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안정되고, 무게가 실려 있다는 점도 눈여겨보게 한다. 말하자면, 앞의 두 시집의 작품과는 연장선상에서든, 새로운 세계에의 지향이라는 대목에서든, 안이나 바깥을 들여다보고 내다보는 눈높이와 깊이가 현저해지고, 목소리가 두드러지게 무르익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감성과 정감의 언어들에 이성이 은밀하게 개입함으로써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균형감각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주목에 값해 준다.
문차숙의 시는 수수하다. 애써 꾸미거나 억지스러운 제스처를 보이기보다는 일상의 느낌들과 그 안에서 물무늬처럼 번져 흐르는 마음의 파문들을 진솔하게 길어 올린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현란한 수사들을 비켜서 있으면서도, 진실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서정적 자아를 담고 있는 행보가 따스하다.
1.
나를 싣고 가는 건 내가 아니다/마흔이 되고 보니/미완의 생/갓바위 부처님/마지막 잎새/나이 많은 여자가 손거울을 보는 이유/잃어버린 책/강물/매화밭에서/안개 속을 걸으며/목요일/길1/길2/길3/길4/길 위에서/눈발/칠월의 저녁/춘몽
2.
봄날/목련처럼/사랑은 꽃이다/피지 않는 꽃/짝사랑/편지-비가 쏟아지는 날/편지-바위/편지-장미/편지-아이리쉬/편지-연수원에서/편지-오월에 내리는 비/목련이 지는 날/그래도 알겠지요/꽃꽂이/술 취한 날/위선/땅콩/초승달/강물과 나는/노을/젖은 자목련
3.
컴퓨터 속의 너/야생화/가을에/꽃밭에 서면/사실/사월은/전근/빈 집에 돌아오다/귀가/바다에서/눈싸움/키 작은 남자/꽃 사진/배밭에서/모정/세대차/신호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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