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햇볕에 바싹 달군 홑이불을 덮었다. 태양의 맨살이 나를 받아 안는다.
달큰한 살내음, 태양의 흑점 한가운데로 빨려 들어간다.
계란 노른자위처럼 말랑한 그곳으로 기분 좋게 눈을 감으며
내 알몸을 맡긴다. 풀먹인 햇살이 까칠까칠 가슴께를 더듬는다.
봉싯 솟아오른 봉우리. 서서히 온몸이 달아오른다.
감이 부풀고, 대추 열매가 부풀고, 사과가……
머지 않아 나의 정원엔 태양을 닮은 자식들 쑥쑥 쏟아져 나오겠지?
두둥실 떠오르는 한낮.
-시 『동침』 전문
*해설
김주혜의 시는 재미있게 읽혀진다. 그의 시 『동침』의 주제는 홑이불을 달군 햇볕이나 두둥실 떠오르는 한낮이 아니라 실제로 동침이다. 어쩌면 모티프도 햇볕에 달군 홑이불과의 접촉이 아니라 동침일 가능성이 있다. 말하자면 실제적인 동침에서 거꾸로 달군 햇볕의 이미지를 이끌어냈다는 얘기다. 이 시의 재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 『주홍글씨』에는 불륜의 알레고리 속에 포착된 일그러진 현대문명이 있다.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는 현대문명에서 불륜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 모티프였을 것이라 유추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시에는 행간을 가지고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가 없지 않다. 그 점을 놓쳐서는 재미있게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쌩 떽쥐베리의 소설 제목을 차용한 『어린 왕자』도 김주혜 시를 읽는 재미를 맛보게 해준다. -신경림(시인)
*시인의 약력
서울에서 출생. 1990년 <민족과 문학>으로 등단.
<시와 함께> 동인. 한국시인협회, 가톨릭문인협회 회원.
시집으로 『때때로 산이 되어』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