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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펴내는 박진숙의 세번째 시집. 칼끝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시적 사유의 진정성과 삶의 근원과 진리를 따라 순례하는 지극한 마음의 행로를 만나볼 수 있다.
1. 백팔번뇌와 어머니를 노래하는 지극한 마음과 상상의 울림
1300년 전, 신라의 젊은이 혜초가 밟았던 서역으로의 길은, 불법佛法을 찾아간 역사 속의 길이면서 동시에 시공을 초월하여 지극한 마음들이 꿈꾸는 형이상학적 길이다. 미당의 시 「귀촉도」에서도 나오듯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리”는, 미당뿐만 아니라 많은 시인들이 항상 꿈꾸며 마음으로 순례했던 길이었던 것이다.
박진숙의 시집 『혜초일기』의 상상력은 혜초가 걸었던 길을 따라 펼쳐진다. 『왕오천축국전』의 여정을 따라 시인은 삶의 근원과 진리를, 불법을 만나고자 상상 속의 순례를 펼친다.
『혜초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삶의 근원과 진리 그리고 불법을 찾아가는 마음의 행로이다. 시집 속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알 수 있는, 마음의 지극한 행로를 간명한 사유와 언어로 보여준다. 상황에서 의미로 단도직입하는 시인의 사유와 언어는 경전의 구절처럼 단순명쾌하면서도 큰 울림으로 우리를 근원의 벽 앞에 서게 한다.
서시에서 시인은 “그 끝없는 벼랑 위의 길”과 “천 길 허공”과 “꽃 한 송이 피고 지는 동안”으로 인간의 길을 노래한다. 생사가 없는 깨달음의 경지와 생사의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의 길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고, 그 간격을 노래한 것이 『혜초일기』라 할 수 있다.
『혜초일기』는 구도의 지극한 마음으로 씌어졌으며, 『금강경』의 높은 가르침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러나 『혜초일기』는 깨달음의 노래가 아니라 번뇌의 노래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서시
출발의 노래
귄젓의 어머니 말씀
떠난다는 것
뱃길
비를 뿌리려거든
스무 살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없다
눈동자의 깊이
늙은 가지
아니다
춘다, 시일야방성대곡
삭도의 맹세
발우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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