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표절과 모방을 혼돈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베끼느냐가 후발
산업사회가 지닌 또 하나의 모순이라 한다면 문학에 있어서의 표절 또한 산업사회에서의
그것과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즉 범법행위이며 주체를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식의.
그러나 패러디의 경우는 다르다. 창조의 재창조된 의미를 지니는 이것은 문화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하나의 양식화이다. 그림의 제목을 따와 시를 쓴다면 그것은 패러디이며, 그림을 보고 그 제목의 시를 써도 패러디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작품을 통해 또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나 결코 동일화는 아닌 것.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문학이다. 문학에서의 패러디는 용서될 수 있는 창조를 위한 인정받은 도둑질이다.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 속에서, 전통과 관습의 틀에서, 시대와 시대의 구분에서 피어나는 패러디의 문학은 도전일 것이며 더욱 확장된 창조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