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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지배하는 개들
로랑제라 글 이승재 옮김 | 모르슈완느 그림
64쪽
ISBN 89-7075-283-8
2003년 6월 2일 발행
값 8,500원
개

1. 개들과 너무도 흡사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모습

정치인들의 외모는 결코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외모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풍자화가들 역시 정치인들의 얼굴 모습을 다각도로 연구한다. 캐리커처화가/풍자화가들은 오래 전부터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신체적 특징과 정치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연구를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의 현실에서도 그렇겠지만 과거에는 도가 지나쳤다. 루이-필립 국왕은 19세기 초 자기 자신을 너무 익어 이제 나무에서 떨어질 운명으로 묘사한 풍자화가를 감옥으로 보낸 바 있다.
국내에서는 관상을 통해 정치인들의 운세나 성향을 살펴보거나, 성대모사를 통해 희화시키기도 한다. 요즘에는 정치 지도자에 대한 풍자가 자유롭게 이루어지지만, 권위적이며 독재적 성향의 과거 대통령은 자신을 닮았다는 이유로 어느 연기자의 방송 출연 자체를 금지시키기도 하였다. 하물며 자신을 개로 묘사했다면 국가원수 모독죄로 구속하지 않았을까.
풍자화가는 직업상의 이유로 인물을 묘사할 때 필요 이상으로 과장을 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특정인에 해를 입힐 목적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장-클로드 모르슈완느는 특히 정치인들을 짐승에 비유해 묘사하는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 났다.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이 바로 그의 능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와 로랑 제라(글) 콤비는 이미 프랑스 정치인들을 다양한 동물의 모습으로 풍자한 책을 펴낸 바 있다.
장-클로드 모르슈완느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인들 중 우리 같은 사람들이 하는 일들을 두고 직접 화를 내거나 법적대응이나 보복을 일삼는 사람은 없습니다. 두 전임(프랑스) 대통령은 오히려 제 작품을 보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치인들도 인간이기에 우스꽝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보면 화가 나고, 풍자화가들을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보면 그만큼 자신이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그리 기분 나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종종 개는 주인을 닮는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주인이 개를 닮을 때도 있다. 이러다 보니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개인지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혼동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프랑스 최고의 코미디 작가 로랑 제라와 최고의 캐리커처 전문가 모르슈완느 콤비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바부슈를 신고 부시 타도를 외치는 종자들을 사냥하는 아메리칸 코커 스패니얼로, 사담 후세인은 걸프만의 불테리어로, 그리고 아프간 하운드로 깜짝 변신한 오사마 빈 라덴까지, 세계 여러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두 콤비의 탁월한 재간으로 절묘하게 묘사되고 있다.
로랑 제라와 모르슈완느는 사냥개, 경비견, 애완견의 세 그룹으로 개들을 분류한다. 그리고 그 개들은 바로 '세상을 지배하는 개'들이다. 신랄한 글로 채워진 동물 풍자 우화집이라고 불러야 할 이 책에서 두 저자는 두발 달린 인간과 네발 달린 개의 신체적 특징과 유사성을 교묘히 연결시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된 정책, 그릇된 시행착오와 실정을 은근히 조롱한다.
지금 우려되는 건 개들을 정치인들과 비교했다는 것에 대하여 동물보호협회나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출판정지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개들과 정치인들이 혈연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두도록 하겠고, 다른 오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2. 여러 유형의 개들, 혹은 개를 닮은 세계의 지배자들

이 책에 모여진 개들은 크게 세 개의 그룹으로 구분된다. 제1그룹은 사냥개 및 전투견, 제2그룹은 경비견 및 작업견, 제3그룹은 애완견 및 호사견이다. 이러한 구분은 물론 그 생김새나 개 같은(?) 성격의 차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사냥개 및 전투견 그룹은 글자 그대로 용맹함과 영웅정신이 가득한 그룹이다. 지구를 혼자서 지켜내겠다며 컹!컹!(개소리)거리는 코커 스패니얼(조지 부시), 힘없고 빽없는 동네 친구들을 무자비하게 처단한 걸프산 불테리어(사담 후세인), 알라신의 원금으로 신성한 개모임을 조직하여 세상을 개판으로 만들겠다는 아프간 하운드(빈 라덴), 한번 물면 놓지 않는 고집으로 대통을 잡은 한국산 진돗개(노무현) 등이 이 그룹에 속한다.
경비견 및 작업견에는 암컷들 앞에서 상당 수준의 입놀림 작업(?)으로 상대를 현혹시키는 도이치 도그(슈뢰더 독일 총리; 그는 네 번 결혼하였다), 재채기 탐지용 휴대 가스총으로 경비를 서고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푸틴 러시아 대통령; 체첸 게릴라가 인질극을 벌일 때 살인가스 살포를 허가하였다), 세계의 지도자급 모임 때 호텔을 마다하고 경비견답게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잠을 자는 리비안 불독(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애완견 및 호사견으로는 코커 스패니얼 다음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애완하는 플루토(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그 이유는 상당히 말을 잘 듣기 때문이다), 반세기 동안이나 버킹엄 궁을 떠나지 않고 호사스럽게 살고 있는 요크셔테리어(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맞장 뜰 녀석에게 먼저 커피를 대접하지만 끝내 말을 듣지 않으면 코피 터지게 두드려 패기도 하는 푸들(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전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닮았다는 이유로 모델이 된 개들에게는 유감이지만, 인간인 우리들이 짜증나고 열 받을 땐 어쩔 수 없이 말 잘 듣고 순진한 개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 이 책은 동물의 본성과 유형을 천착하는 하나의 동물학 개론서로도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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