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다양한 종교를 주제로 사람살이의 갖가지 단상들을 그려내고자 〈영계(靈界) 사이클〉이라는 큰 제목 아래 소설 및 희곡 집필을 계속하고 있는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는 이번 작품인『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코란에 핀 꽃』에서 이슬람의 한 종파인 수피즘을 다루고 있다. 십대 초반의 외톨이 유대인 소년 모모가 구멍가게 주인 이브라힘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세상살이의 지혜를 터득해가는 과정은 바로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갓난아기인 자신을 버리고 떠난 어머니,일과 책밖에 모르는 아버지. 모모는 아버지의 돈을 훔치고, 훔친 돈으로 거리의 여자를 만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물건도 슬쩍하곤 한다. 그러다 우연히 구멍가게 주인인 이브라힘 할아버지와 친해지게 되는데, 유대인이면서 좀도둑질을 일삼는 모모를, 그 나이에 여자를 밝혀서 사창가를 드나드는 모모를 이브라힘 할아버지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준다.
때론 장바구니에 통조림을 찔러 넣어주기도 하고, 때론 여자들과 놀고 오라며 돈을 쥐어주기도 하면서(모모에게는 여자의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니까)…… 그러는 동안 모모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다들 이브라힘 할아버지를 '우리 동네 아랍인'이라 부르지만 할아버지는 아랍인이 아니라는 것, 할아버지는 수피즘을 신봉하는 ‘수피?이고 할아버지의 지혜는 할아버지가 늘 지니고 다니는 코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 하지만 책만 읽어서는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는 것, 세상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볼 줄 아는 이에게 주어진다는 것, 이슬람교와 유대교가 처음부터 서로 으르렁대는 적은 아니었다는 것 등등…… 모모의 아버지가 자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