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4관왕. 시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들며 80,90년대 문단의 로맨티스트로 독자와 동료 문인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문형렬, 그가 돌아왔다. 10년간의 기나긴 외도를 끝내고 본업인 작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서울 생활을 접으며 육효를 뽑아드니 풍지관이 나왔다. 이리저리 바람에 불려 떠다니는 형세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나 꼼짝없이 다시 효를 뽑아들었다. 눈물이 비오듯 쏟아지니 비로소 길하리라는 괘가 나왔다. 어느새 10년이 지나갔다. 그동안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모르겠느냐만, 그래도 정신은 타는 숯 같았는지, 어땠는지 묻는다면 무슨 답을 하겠는가.”라며 지난 10년간의 ‘타는 숯’ 같았던 문학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전작 장편소설『연적』은『구운몽』을 패러디한 소설이다. 평론가 진형준은 “이 소설을 읽고 나면 한바탕 꿈을 꾸고 난 것과 같아진다. 그것이『구운몽』을 패러디했기에 한바탕 꿈을 꾼 것 같기도 하겠지만 정작 이유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마치 꿈을 꾸듯이 소설을 썼고 읽는 이도 한바탕 그 꿈에 빠져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신을 완벽하게 지우면서 완벽하게 편재하는 것. 이것이 이 소설이 보여주는 득도이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 된다.”며 소설『연적』을 놀라운 깊이를 실현하는 ‘연애소설’이자 ‘득도 소설’로 규정하였다.
작가는 한 인간의 눈 먼 사랑의 행로를 그리기 위해 그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운몽』을 패러디한다.『연적』은 특이한 인물 구성으로 여유와 웃음을 주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의 가슴을 저미게 하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것은 동학혁명에서 숨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