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 『외국인 학생』으로 그해의 ‘베스트 10’ 소설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던 수잔 최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1974년 미국의 언론재벌 허스트가(家)의 딸 패티 허스트가 극좌파에 납치됐던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30년 전에 일어난 이 사건은 지금 전설이 되었지만, 수잔 최에 의해 처음으로 소설화되어 새롭게 그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1. 30년 전, 혁명을 꿈꾸었던 젊은이들의 외로운 여정
『미국 여자』에서 수잔 최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사실에 가깝게 파헤쳐 가면서도 사건들마다에 얽혀 있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고 깊게 들여다보는 일도 놓치지 않는다. 작가는 이 사건을 배경으로, 작품 속 주인공들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인종?계급?전쟁?평화 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잘 녹여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미국 여자』는 지나칠 만큼 사실에 밀착되어 있다. 그래서 독자들로 하여금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과 사건들을 단편적인 과거의 기억에 기대어 가늠해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가령 심비어니즈 해방군은 정말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라고 허스트 집안에 요구했나? 패티와 그녀의 동료들이 무심코 자동차 안에 주차 위반 딱지를 던져놓은 바람에 그들의 안전가옥이 경찰에게 추적당했나? 그리고 일본계 미국 여자가 정말로 가교 역할을 했는가? 등등…) 그렇지만 이 소설은 단지 역사적인 사건들을 집적해 놓은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사건들의 공백을 더 깊은 공백으로 채우면서 열광적인 이상주의가 의혹과 후회, 그리고 회한으로 무너진 뒤에 보이는 마음의 풍경을 잔잔하게 보여준다.